• 수신자: 담피르 -1-
  • 2023. 9. 28. 14:01
  •  

     ― 담피르.

     

     부디 좋은 오후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 지루한 편지에도 당신이 조금 너그럽게 굴어주실 테죠.

     동문회를 기대한다면 거짓이겠지만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얼굴만큼은 한 번쯤 보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이대로 한 달을 모두 보내고 나면 동문회를 기대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아카데미 재학생으로 보내던 시절의 추억이란 연구뿐이라, 마찬가지로 우정이 고프기도 하고요. 당신께선 무슨 사유로 우정과 관련된 추억을 포기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감히 물을 주제도 아닙니다만 답해주신다면 이야기가 지루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혈액팩에 대해선 구태여 묻지 않겠습니다. (…) 저도 마찬가지로 보통의 인간은 아니라서. 탐정이라니 우리가 서로의 일로 엮이는 일은 없었다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개 연구원이긴 합니다만 연구 비리 등으로 엮인다면 분명 곤란한 일이 되겠지요? 어쨌든 같은 교수님 밑에서 자란 동문이니까요.

     저는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레텐티오 아카데미의 연구원이에요. 그뿐입니다.

     

     추신. 마찬가지로 커피를 좋아하시는 듯한데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메피스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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