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伯牙絶絃
  • 2023. 7. 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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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다들 그렇게 말해. 장난이 늘었다고, 조금 가벼워졌다고. 그런데, 난 오히려 요즘 더 마음이 편해. 가볍게 구는 만큼 사람들도 쉽게 떠나거든.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 ……넌 왜 아직도 날 쉽게 떠나지 못하는지. 매요, 네가 떠나길 바라는 게 아니야. 단지 궁금할 뿐이지. (널 둘러싼 관계가 그래서 복잡한 걸지도 모르겠네. 담담한 어조로 중얼거린 말. 조금은 딱딱한 그 말에 서운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그럴 시기는 지났으니까. 다만 할 말을 포기하게 되었을 뿐이다. 제 일도 제대로 전하지 않은 주제에 네게 바라기만 할 순 없는 노릇이야. 그래서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무뎌진 채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감각은 다시 흐려진 말 앞에 무너지고, 이어진 침묵엔 그저 감히 추측할 뿐이다. 떠나는 발걸음이 없었으니 넌 아직 제 곁에 있을 거라고. 그러다 생각한다. 떠나는 발걸음이 있었다 해도 난 널 잡지 못했을 거야.)

     

      ……있지. 난 어쩌면, 그동안 네가 날 외면해 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보같이, 그동안 함께한 세월이 있었는데도. 얼마나 오래된 바람인지는, 글쎄. 지금까지 네게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던 걸 보면, 그래도 꽤 오래된 모양이야. 내가 그랬지. 넌 걱정이 참 많다고. 그래서 그랬던 걸까. 그동안 네 생각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게. (네가 날 걱정하는 게 유쾌하지 못해 그동안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그것이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변명이라는 걸 알아 곧 다시 입을 다문다. 그러다 하는 말.)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길래, 네가 내 바람을 들어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그대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제가 피해도 네 쪽에서 시선을 맞추게 될 것을 알면서.) 그저 그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던 거구나. 난 아무것도 모르고, 얼마나 많은 말을 네가 참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그동안 무슨 생각을 했어? 오래 기다렸을 것 아냐. 열여덟의 시작부터, 스물둘이 된 지금까지, 줄곧. 매요, 우리가 나눈 서신이 결코 적지 않아. 그리고, 그 서신에서조차 언젠가부터 난 내 이야기를 쓰지 않았고. (무슨 생각이든 좋다. 그것이 분노나 원망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으나, …….) ……아니다. 방금 물어본 것, 대답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속이 까맣게 타는 것만 같아.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어 급히 말을 고쳤다.)

     

     (그러다, 이번에야말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는 말. 작게 웃고 만다. 언젠가 제가 썼던 서신이 떠올랐는지도 몰라. 이건 글이 아닌 말이니 번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웃었을까.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들었으나 곧 허공에서 멈춘다. 곧 아무것도 잡지 못한 손이 떨어지고.) 있잖아. 언젠가 네게 말했던 적이 있어. 사람은 이름대로 사는 법이라고. ……. 백아절현이라는 말, 네가 모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이 이름, 아무래도 내 게 맞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게 다 들어맞을 리가 없지. (곧 말이 멎는다. 이후 그저 중얼거리듯이 모든 걸 네게 털어놓을 뿐이었다. 그리운 벗과 그 이름을 부를 용기조차 잃은 것, 그래서 제 식신을 꺼내지 않게 된 것.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끝내 거문고의 현조차 끊어버린 것.)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었어. 아픔도 상처도 지나가고 나면 아물 거라고 생각했어. ……매요, 이번 만남 말인데. 아무래도 우리에겐 너무 성급했던 모양이다. 넌 이미 나를 너무 잘 알고, 난 그런 네게 나머지를 알려줄 자신이 없어. 이미 모든 걸 털어놓은 지금에서조차 마찬가지야. 애초에 당연한 이야기지. 난 아직도 열여덟 그 수많은 나날, 누가 내 곁에 있어주었는지 알지 못하니까. 어쩌면 아무도 없이, 그저 나 혼자였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 수많은 나날 누군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그건 부디 너였으면 좋겠다. 끝내 내뱉지 못한 말. 이 순간 시선을 마주해도 네 표정을 알 수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네 시선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평생 모를 것을 궁금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테지만.)

     

     (그러다, 문득 방금 전 힘없이 떨어트린 손을 다시 뻗었다.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웃는 낯으로, 뺨을 감싸고,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조심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그래도, 꽤 다행인 일이지.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지 않다는 게. 많이 무뎌졌나 봐. 다른 것처럼, 마음도. 어때.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않니?

     


     

    *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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