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란


 

안개 너머에 있는 것

 

 

“내가 언젠가 말하지 않았던가?”

부디, 암흑을 무서워 말아.

 

 

 

외관

JMCMlego님 커미션, 다운로드 링크(클릭 시 이동)

여전히 안개마냥 뿌옇게 샌 머리에, 다만 그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이 시선을 모은다. 손끝엔 굳은살이 여전히 박힌 채 남아있고, 흉터 역시 가리거나 하지 않은 채 어린 날과 같다. 어느새 늘 가지고 다니던 거문고보다 훌쩍 큰 키로, 거문고는 이제 더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되었으나. 대신 지팡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협죽관 재학 당시 받았던 방울은 끈을 늘여 목에 착용한 채다. 손은 이제 옷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컬러코드

e9d9cd



 

이름

백아

 

 

 

나이

22세

 

 

 

신장 / 체중

 182cm / 68kg

 

 

 

종족

인간

 

 

 

성별

남성

 

 

 

능력

식신

파별천리

폭풍을 일으켜 상대를 일정 범위 밖으로 밀쳐낸다. …그것이 기본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밀쳐내기보단 멀리 있는 상대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이동이 까다롭다거나, 아군과 적군을 지정할 수 없다거나 하는 능력의 여러 단점을 백아는 보완하기보단 그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적군을 밀쳐 아군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준다던가, 소수의 적군과 다수의 아군을 한데 모아 아군에게 도움을 준다던가 하는 형식. 후자는 사실 운의 요소가 간절하긴 하다(…). 

 

 

 

모집에 응한 사유

백아절현 伯牙絶絃; 참다운 벗의 죽음을 슬퍼하다

백아의 오랜 벗 '속'이 그동안 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괴이 현상에 휘말려 사라졌다. 원래 없던 사람인 것처럼, 이 세상에 흔적 하나 남겨두지 않고. 제 서툰 연주를 이해해주었던 옛 벗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늘 벗이라 칭하던 같은 이름의 식신에 대한 큰 죄책감에 백아가 거문고의 현을 끊은 지도 오래. 굳은 살이 자리하던 손에는 거문고와 술대 대신 나무로 만든 그럴듯한 검이 들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세상엔 낮게 어둠이 내려앉는다. 우리를 잠식해 짓누르는 어둠은 백아에겐 이미 익숙한 것이었고, 그가 입을 열게 만들기에도 역시 충분했다. 백아가 답한다. 암흑에 자신만큼 잘 맞설 수 있는 자가 또 있겠느냐고, 이젠 익숙해진 장난스런 웃음 끝에.

 

 

 

성격

회의주의, 독립적인, 능구렁이

 

1. 회의주의;은둔자

 열아홉 나이에 십여 년을 함께한 벗을 잃었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네가 혼자 강을 건널 수 있게 되는 날 다시 보잔 말을 마지막으로 백아를 협죽관에 보냈던 오랜 벗. 이후 벗과 백아가 다시 만났던 적은 없으니 그 말은 벗의 유언이 된 셈이다. 어쩌면 추억이 될 수도 있었을 말은 유언으로 남는다. 백아에게 세상이란 이제 이별의 예행 연습일 뿐이라, 더는 누군가에게 곁을 내줄 수가 없다. 예정된 이별이 두려워 그저 그 자리에 멈추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다더니 순 거짓말이다. 시작이 없어도 끝이 있을 수 있더라.

다만, 그럼에도 백아는 늘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만 있다. 떠난 벗들이 헤매지 않고,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 독립적인
 백아의 눈이 되어주었던 식신 '속'은 이제 백아의 곁에서 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거문고가 있었던 자리를 검이 대신하고 식신이 있던 자리를 지팡이가 대신한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암흑이 잠시 눈을 가리던 어둠일 뿐이었음을 안 백아는 뒤늦게 암흑에 대한 내성을 길렀다. 이제 다시 외로움에 익숙해져야만 하니까. 홀로 어둠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니까. 제물은 제 식신에 대한 죄책감. 그리운 벗의 이름을 그에게 줌으로서 생긴 죄책감이다. 백아는 이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3. 능구렁이;처세술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가 이제는 제 잘못을 알고도 철면피로 군다는 점이다. 자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것을 마땅히 정의할 단어조차 찾지 못하는 주제에 지금의 백아는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웃음소리를 흘릴 때마다 속속들이 생각나는 익숙한 음성들을 뒤로 한 채.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가 조금은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가볍게 굴면, 많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수월해지니까. 그러나 오해하지 마라. 지금까지 그 웃음들이 거짓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기타

여전히 음악을 좋아한다. 스스로 연주할 일은 없게 되었으나 그는 왕실의 행사가 있을 때 종종 그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언젠가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귀 기울이면서. 다만 단 한 번도 그 연주들을 끝까지 들은 적은 없다.

 

싫어하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도 없게 되었다. 굳이 말해보라 하면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는 소문이란 말이 싫다고 했다.

 

식신과 함께하는 날이 줄고 그의 손엔 지팡이가 있는 날이 많아졌다.

 

이제는 검을 든다. 누군가의 목숨을 베긴 턱도 없는, 다만 제압하는 덴 충분한 목검.

 

여전히 귀가 밝다. 다만 언제부턴가 모든 소리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역시 '못 들었어'(…) 되시겠다.

 

졸업 후 곧바로 무신으로 등용되었다. 외부의 일보단 초일국 내외 괴이현상의 해결에 스스로 중점을 두고 있다.

 

소지품: 지팡이, 목검, <장자>의 내용이 든 서책, 초록색/검붉은색 팔찌, 거문고 술대

서책의 내용을 새긴 대나무 조각들이다. 촉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누군가가 새겨주었다. 이제 백아는 그것들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남자는 종종 꿈을 꿨고 그곳에서 익숙한 풍경을 본다. 남자가 빛을 모른단 말은 거짓이다. 이 세상엔, 분명 그가 아는 빛과 색이 있다.

 

언제부턴가 제 이름에 대해 파고들길 그만두었다. 사람은 이름대로 사는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젠 거문고를 꽤 잘 탄다. 협죽관을 졸업하기 전 종종 연주한 적도 있으나, 누군가 인기척을 낸다면 곧바로 그만두었다.


1. 협죽관 입학 전

목木 지대 출신, 사고로 가족과 떨어지고 과거 벗이라 불렀던 이에게 거둬져 십여 년을 함께 단둘이서 지냈다. 이때의 사고로 백아는 유년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고, 덩달아 시력까지 잃었으나 그 부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탓에 크게 좌절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 과거의 일을 알아챈 지금에서조차 좌절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2. 협죽관 재학 당시

벗에게 이끌려 고향을 다녀온다던가, 그런 일들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은 자리를 비우는 일 없이 협죽관에 남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오래 자리를 비운 적이 있었으니, 바로 열여덟을 맞이하던 설 연휴. 열흘간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백아의 꼴을 보고 벗들은 꽤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단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어쩐지 망가진 의복과 부쩍 그늘진 얼굴을 한 상처투성이의 백아가 협죽관에 돌아왔기 때문에.

얼굴에 진 그늘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열흘의 시간 끝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전까지 권능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더해 손을 쓰는 일을 극도로 꺼리기 시작했으며 부쩍 잠이 늘어 초저녁부터 얼굴을 볼 수 없는 일이 허다했다. 거문고와 멀리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러나 때때로 이른 아침, 소리가 잘 닿지 않는 훈련장의 뒷편에서 거문고를 다루는 시늉을 했다. 다만, 시늉뿐이다.

겨울 이후 한동안 감각이 무뎌져 누가 다가오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었다.

 

세상이 추위를 잊고 서서히 해가 길어질 무렵 백아는 다시 손을 쓰게 되는데, 이때 잡은 것은 거문고가 아닌 목검으로, 자신에게 남은 감각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 학우들에게 대련을 부탁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권능의 사용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권능의 사용을 꺼리고, 말수가 조금 적어졌다거나, 모두가 잠든 새벽 홀로 잠 못 이루고 바깥을 서성거린다거나 하는 점 등을 제외하고선 이 시기부터 서서히 모두가 알던 백아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열아홉을 맞이하기 직전 늦은 겨울, 다시 자리를 비운다. 어딜 다녀오느냐고 묻는 벗들에게 백아는 익숙한 웃음으로 말한다. 그저 고향에 다녀왔을 뿐이라고. 열아홉을 맞이한 백아는, 비로소 모두가 알던 그 무던하고 단정한 성정의 백아로 돌아온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무뚝뚝한 독수리 벗은 이 모든 시간 동안 백아의 곁을 한결같이 지켰으나 어쩐지 백아가 벗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게 되었다.

 

 

3. 협죽관 졸업 후

졸업 직후 악공樂工으로 추천받았으나 그것을 거절하고 무신으로서 궁에 들어간다. 다른 업무보단 초일국 내외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괴이현상에 집중하고, 그것을 해결―했다기보단 인명피해 없이 사건에 능숙히 대처―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괴이현상의 해결에 집중된 특수부대로 소속을 옮기게 되었다. 몇 번 있었던 특진의 기회를 거절했기 때문에, 그의 직급은 여전히 높지 못하다. 다만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초일국 내외 곳곳의 괴이현상 해결을 위해 여러 곳으로 파견되었고, 때로는 스스로 초일국 외부로 나가기도 했다.

 

무뚝뚝한 벗은 이제 백아의 곁에서 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거문고도 마찬가지로, 백아의 곁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선관

 

 

 

 

텍관

장 페이, 새벽 밀담

성장통으로 앓던 도중에도 벗이 새벽 중 밖으로 나선 이유를 백아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말없이 자신을 위해 밖으로 나선 벗의 마음을 알아, 그저 자신 또한 묵묵히 그 곁에 있어주기로 했다. 신경쓰지 말라는 말 대신 미안하단 말만 하지 말라며 멋대로 약속을 받아낸 끝에 둘은 조용한 새벽, 때때로 밀담의 상대를 자처한다. 물론, 겨울날에도 추위를 잊고 새벽 찬바람을 맞다 나란히 감기에 든 건 비밀이다. ……아마도?

 

매요, 민들레 홀씨

어릴 적 매화 향이 나는 봄, 청아한 밤하늘 아래 했던 이야기를 잊은 적 없다. 협죽관을 졸업하고, 각자가 저마다의 삶에 자리를 잡아갈 때, 계절마다 서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꽤 멋진 우정이 아닌가? 서로가 어디에 있어도, 괜찮게 지내고 있다는 안부인사를 들을 수 있다면 그저 그걸로 족했다. 서로의 괜찮다는 말이 곁에 닿는다. 아무리 멀리 날아가도, 결국 곁에서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7'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3.07.12
열일곱 어느 여름의 이야기  (0) 2023.07.12
백아/22/인간  (0) 2023.07.11
  (0) 2023.07.09
민들레  (0) 2023.07.07
COMMENT